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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사이더(Insider)와 리크게이트(Leakgate)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0-04-27 조회 6973
내용
[법률칼럼]

인사이더(Insider)와 리크게이트(Leakgate)

인사이더
미국 담배회사의 비리를 고발한 영화 ‘인사이더’. CBS 방송 “60분”의 진행자 마이크 윌러스(Mike Wallace;크리스토퍼 글러머)의 콤비였던 “60분”의 프로듀서 로웰 버그먼(Lowel Bergman;알 파치노)의 폭로를 토대로 재구성한 드라마. 아카데미 7개부분 후보에 오른 작품. 못보신 분들은 지금 당장 비디오가게로 달려가 빌려 보심이 어떠실지...이 영화속 소재를 토대로 여백을 채워 볼 참이어서 행여 빌려 보기 귀찮으신 분들을 위해 간추려 본다.

   미국의 3대 담배회사 중 하나인 ‘B&W’의 연구개발부 책임자이자 부사장이었던 제프리 위건드 박사(Jeffery Wigand;러셀 크로우)는 ‘의사소통능력미달’이란 이유로 해고되는데, 그 진짜 이유는 딴 데 있었다. 'B&W'가 니코틴 효과를 높여 담배 판매를 촉진시킬 목적으로 인체에 치명적인 화합물을 담배에 넣는 것을 위건드가 제지하려고 했던 것. 한편 ‘60분’의 PD인 로웰은 익명의 발신자로부터 흡연자가 담배를 피우다가 잠들 경우 화재가 일어날 수 있는 확률과 위험도에 관한 내용을 담은 한 연구논문을 입수하지만, 전문적인 용어 투성이어서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었고, 그 내용을 풀어 설명해줄 전문가를 섭외하는 과정에서 위건드와 숙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1990년대 중반, 담배산업의 비리가 속속 폭로되면서 온 국민의 분노가 증폭되던 즈음 로웰은 위건드가 ‘의사소통능력미달’을 이유로 'B&W'에서 해고됐다는 고백을 듣자 그 배경에 분명 어떤 압력이 개입됐을 것으로 추측한다. 한편, 위건드가 언론인과 접촉하는 것을 수상히 여긴 담배회사의 최고 경영진은 위건드가 입사시 서명했던 회사비밀엄수 각서를 빌미로 집요하게 협박하기 시작한다. 담배회사가 박사 자신에게는 물론 가족에게 노골적으로 협박하고 나오자 위건드는 담배회사의 비리를 폭로하기로 결심하고, 로웰은 박사의 증언 내용을 생생하게 녹화한다. 그러나 위건드가 회사비밀엄수각서에 서명을 한 상태여서 법적보호장치를 미리 만들지 않고는 그의 증언을 방송할 수 없게 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한 로웰은 다른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이미 소송을 건 미시시피주의 변호사들의 자문을 통해 위건드가 그 담배회사가 소재한 켄터키 주 밖의 법원에서 증언할 경우 그의 증언은 공식적인 증언 녹취록에 남게 되어 법적 효력을 발휘하게 되며, 그의 증언내용은 회사비밀엄수각서의 효력보다 우선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위건드와 인터뷰를 하여 편집까지 마쳤지만 담배회사의 협박에 굴복한 방송사 고위 간부들의 반대로 방송은 커녕 강제 휴가를 가는 신세... 한편 담배회사는 위건드에 대한 악질 스캔들을 고의로 언론사에 흘리고, 위건드는 설상가상으로 부인에게 이혼을 당하고, 로웰마저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로웰은 다른 언론사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이 추잡한 사건을 터뜨린 후 결국 그 방송사를 떠나게 된다. 위건드라는 취재원을 보호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면서...

   플로리다주는 1999. 7. 7.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의 유족 등 흡연피해자 50만명이 낸 손해배상청구에서 원고들에게 2천억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고, 이로써 ‘인사이더’의 배경이 된 브라운&윌리암스 뿐 아니라 필립 모리스 등 5개의 담배회사들은 천문학적 손실을 입게 되었다. 담배회사들은 ‘인사이더’가 평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배심원들이 이 영화를 보지 못하게 해달라고 요청하여 법원의 승낙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위건드 협박 사건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고, 기소된 사람도 없었다. 1996년 위건드는 ‘올해의 교사’로 선정됐고 캐롤라이나에 살고 있으며, 로웰은 PBS의 특파원으로 일하면서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언론학을 강의하고 있다.

   이 영화속에서 다루어지는 쟁점은 외압에 굴하지 않고 진실을 보도하는 언론인의 양심, 기자의 취재원비닉 허부, 사기업체 피고용인의 비밀준수의무, 공익과 비밀준수의무 양자의 충돌, 그리고 내부고발자 보호문제, 담배의 유해성 문제 등 엄청 많다.

   여기서 내부고발자 문제를 한번 짚어 볼까. 내부고발자는 딥 스로트(Deep Throat) 또는 휘슬 블로어(Whistle Blower)라고도 불린다. ‘딥 스로트’는 1972년 워싱턴포스트지의 칼 번스타인, 밥 우드워드 기자에게 ‘워터게이트 사건’의 단서를 제공했던 정보제공자의 암호명이었다. 수년전 미국 타임지 표지인물로 3명의 여인이 선정된 바 있다. 엔론사의 직원으로서 부정분식회계를 사전에 보고한 사람, CIA의 요원으로서 9.11 테러를 사전에 감지하고 상부에 보고한 사람, NASA의 과학자로서 그곳의 경직된 체제를 비판하고 보고한 사람. 그런데 그들의 보고와 고발은 상부로부터 번번이 무시되었고 결국은 사전에 막을 수도 있었던 대참사(엔론부정분식회계사건, 9.11 테러, 콜롬비아호 폭발사고)등으로 이어지고 말았다고 한다.

리크게이트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2003년 1월 이라크가 아프리카 니제르에서 우라늄 구매를 시도했다고 발표했으나, 니제르를 답사했던 전 이라크 대리대사 조지프 윌슨은 같은 해 7월 뉴욕타임스에 부시 대통령의 발표가 근거 없다는 취지의 글을 기고했고, 일주일 뒤 부시 대통령의 정책을 지지해 온 칼럼리스트 로버트 노박은 같은 신문의 칼럼을 통해 윌슨을 비난하면서 그의 부인인 발레리 플레임이 미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이라는 사실을 폭로했다. CIA 비밀요원의 신분공개는 중대한 연방범죄이고, 미 법무부는 2003년 12월 특별검사를 임명해 플레임의 신분을 누설(Leak)한 사람이 누구인지 조사하도록 했다. 이것이 리크게이트이다.

   플레임에 대해 취재했거나 기사를 쓴 4명의 기자에게 대배심에 출두해 증언하라는 소환장이 발부되었는데, 그 중 주디스 밀러(Judith Miller)기자는 이 사건을 맡은 워싱턴 연방지법의 토머스 호건 판사로부터 취재원을 공개하라는 명령을 받았으나 이를 거부하자 법정모독죄(Contempt of Court)로 구속수감되었다.

   참고로 미국 대배심(Grand Jury)은 피의자를 기소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의 법정모욕죄(형법 제138조)는 법원의 재판 방해 등을 목적으로 법정 또는 그 부근에서 모욕 또는 소동을 한 경우에 국한되지만, 미국에서는 판사의 명령이나 재판절차를 따르지 않는 것도 포함된다.

국가안보와 언론자유 및 내부고발자 보호 문제
   국가든 사회든 어떤 단체든 내부고발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 그 공동체는 건전해지고 또 대참사를 막을 수 있을 텐데, 안타깝게도 그러한 말은 늘 무시되거나 배척되고 만다. 그런데 취재원들(인사이더들)은 여러 가지 이유, 특히 어떤 압력이나 보복에의 두려움 등으로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싶어한다. 반면 필요한 뉴스를 얻기 위해서는 이러한 취재원들이 필요하고, 기자들은 비밀보장을 약속하고 그들로부터 뉴스를 얻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1896년 메릴렌드주를 필두로 지금까지 약 31개주에서 기자의 취재원을 보호하는 ‘방패법(Shield Law)'이 제정, 적용되고 있고, 언론의 내부기밀보호를 위해 1980년 통과된 사생활보호법을 통해 공공 커뮤니케이션을 유통하는 사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법 및 보통법 원칙(수정헌법상 언론의 자유에서 유추)도 관련 기자나 언론사가 국가 안보를 위협하거나 언론이 직접 흉악범죄에 연관되었을 때에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Branzburg .Hays,408U.S.665;Cohen v.Cowles Media Co.,501U.S.663). 법익형량의 원리에 근거한다.

   위 밀러기자 건의 경우도 당국은 국가안보위협 가능성을 주장, 밀러기자가 취재원을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학계, 언론계는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안이라도 정치적으로 현상의 본질이 은폐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취재원보호는 보장되어야 한다고 반박하면서, 그러지 않으면 언론이 추적, 보도해야 할 권력심층부의 비리나 부패 등에 대해 어떤 취재원도 입을 열지 않게 되고(인사이더보호실패), 결국 권력에 대한 감시가 불가능하게 된다는 논리다.

   뉴욕타임즈는 사설에서 밀러 기자가 취재원공개가 아닌 징역형을 선택한 것은 옳은 일이었으며 보다 큰 자유를 위해 자신의 자유를 포기한 것이고, 밀러기자의 희생을 계기로 국민들이 취재원 보호권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경우 언론의 취재원 보호권은 현행법상으로는 명문의 근거가 없다. 물론 관행상 취재원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 언론의 중요한 덕목으로 인식되고 있고 우리 학설상으로도 미국에서의 해석과 같이 헌법상 보장된 언론의 자유 내지 알권리의 파생적인 권리로서 취재원 보호권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상론적, 당위론적으로야 그 주장의 설득력을 부인할 수 없지만, 현실적 문제는 그것이 법원의 명령이나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을 거부할 법적 근거가 될 수 있느냐이고, 현행법상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을 방해하는 경우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리 현행법제상 기자가 취재원 보호권을 주장하며 국가사법절차에 대항하는 것은 힘이 든다. 그러나 적어도 실제 국가가 공권력를 행사함(수사기관의 강제수사, 법원의 영장발부 등)에 있어서는 이러한 취재원보호의 취지를 고려할 수 있지 않을까...공권력 행사에 의한 국가안보 등 보호법익과 그로 인해 침해되는 언론의 자유 및 국민의 알권리라는 법익의 비교 형량이 필요할 것이다. 위에서 본 것처럼 미국은 법적 근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예외조항 때문에 충분히 취재원을 보호하고 있지 못하다. 그렇지만 취재원 보호의 범위나 요건 등에 관하여 판단할 수 있는 아무런 기준이 없는 우리나라에 있어서, 앞으로 민주시민의식이 더욱 성장함에 따라 이와 관련한 분쟁 발생이 충분히 예상되기에, 가장 확실한 해법은 그 해석의 명확한 기준을 입법화하는 것이며, 알권리의 주체로서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취재원 보호 등에 관한 보다 많은 관심, 보다 활발한 논의를 통한 공감대 형성을 촉진함으로써 보다 빨리, 보다 바람직한 입법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자, 이래도 당장 비디오가게로 달려가지 않으실 작정이신지...

     법무법인 이우
     변호사 심영대

[댄스스포츠코리아 2005. 8,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