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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법률시장의 미국화 전략 경계해야

2010.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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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로>법률시장의 미국화 전락 경계해야

2007-04-19 오후 1:58:17 게재

법률시장의 미국화 전락 경계해야
이 창 훈 (서울변협 부회장)

법률시장이 열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국회에서 비준동의를 받으면 5년 내로 국내 법률시장이 완전 개방된다. 경영지분 제한, 법정변론 금지 등의 제약이 있지만 미국 로펌은 한국에서 사실상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된다. 상호개방이므로 미국 법률시장도 개방된다. 그러나 한국 변호사나 로펌이 미국 법률시장에서 활동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껏 국내 법률시장이 닫혀 있었던 건 아니다. 국제 금융자본의 이동을 규제하던 장벽들이 IMF 사태 이후 철폐되면서 국제 금융거래에 수반되는 법률서비스도 국내 법률시장에 들어왔다. 그 법률서비스의 상당 부분을 미국이 차지했다. 그렇기는 해도 지금까지 미국 변호사나 로펌의 법률서비스는 부분적인 법률 분야에서 간접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모든 법률 분야에서 직접적인 방식의 법률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질적으로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가 펼쳐진다.
한-미 로펌 간의 업무 제휴가 허용되는 2단계 개방 무렵이면 국내 법률시장의 재편성이 가시화되기 시작할 것이다. 재편성의 범위와 속도를 예측한다는 건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다만 독일의 사례를 참고할 수는 있다. 세계 2위의 법률시장 규모를 자랑하던 독일은 법률시장 완전 개방 이후 불과 몇 년만에 10대 로펌 중 대부분이 영미계 로펌에 흡수됐다. ‘점령’이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다. 국내 법률시장은 당시의 독일 법률시장보다 결코 낫지 않다.

FTA로 ‘다윗과 골리앗’ 싸움
미국 로펌인 ‘베이커 앤 맥킨지’는 한해 1조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 국내 법률시장의 한해 전체 매출 규모를 웃돈다. 혹자는 법률시장 개방을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에 비유한다. 그래도 다윗은 골리앗을 물리쳤다. 그러나 국내 변호사들과 로펌들에게도 그럴 힘과 지혜가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국내 변호사들과 로펌들의 경쟁력이 그렇게 비관적이지만은 않다는 분석도 있다. 법률시장의 개방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나온다. 법률시장의 규모가 확대되고 경쟁을 통해 법률서비스의 수준이 향상될 거라는 긍정적인 효과도 얘기한다. 법률시장 개방이 기정사실이라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막연한 불안감과 기대감이 뒤섞여 있는 상태다.
좀 가혹한 전망을 하자면 이렇다. 개방이 되면 결국 국내 로펌 중 일부는 미국 로펌과 업무 제휴, 합작, 동업을 통해 공존의 길을 모색할 것이다. 다른 일부는 대형화, 전문화를 통해 독자생존의 길을 찾을 것이다. 다른 국내 로펌들은 생존과 쇠락의 갈림길에 서게 될 것이고, 개인변호사들은 틈새시장을 노리면서 축소된 영역에서 분투할 것이다.
이처럼 시장논리로 재편성될 국내 법률시장의 운명은 결국 국내 변호사들과 로펌들이 받아들여야 할 ‘그들’의 몫이다. ‘그들’의 입장에서 자성하건대, 지금껏 국민들의 지지나 성원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들’에게 국민들이 새삼스럽게 등 두드려 주며 힘내라고 격려해 줄 것 같지는 않다.
그렇지만 법률시장 개방은 단순히 국내 변호사들과 로펌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법률시장은 시장 그 이상의 것이다. 법률시장에는 시장의 논리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법률문화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자본논리 무장한 미국 법률문화
법률문화는 주체적이고 자생적인 가꿈의 노력으로 발전한다. 그 발전이 더뎌도 그래야만 ‘우리’의 법률문화가 된다. 일각에서 법률시장의 개방으로 ‘국내 법률문화의 선진화와 국제화’를 전망하지만, 미국의 법률문화를 ‘우리’의 법률문화로 포섭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수용의 주체적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없이 ‘국내 법률문화의 선진화와 국제화’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미국의 법률문화가 선진적이고 국제적이라는 근거도 없다. 미국의 법률문화는 미국적일 뿐이다. 법률시장 개방과 함께 미국의 법률문화, 특히 철저한 자본의 논리가 배후에 깔린 법률문화가 쏟아져 들어올 것이다. 이건 시장 그 자체의 개방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다. 법률시장의 개방이 한국 법률문화의 ‘미국화’로 전락할 위험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내일신문 2007. 4. 19.자 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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