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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오로라공주와 옆집아저씨

2010.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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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오로라 공주와 옆집 아저씨

들어가며
   작년 말에 개봉된 바 있는 방은진 감독의 오로라 공주를 보신 분이 계신지 모르겠다. 잔혹한 연쇄살인과 오로라공주...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역설과 공감의 힘! 만화 속 공주들 중 가장 신비하고 독특한 오로라공주, 영화 <오로라공주>는 잔혹한 살인현장에 오로라공주 스티커를 붙여 가는 독특한 연쇄살인극으로 기존 스릴러와는 달리 범인의 정체를 전면에 드러내고 진행되는 그 치밀한 전개에 탄성을 내지르게 한다.

   최근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용산 어린이 성추행 살해사건』과 관련하여 영화 <오로라공주>가 확 떠오르는 것은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똑같지 않을까 싶다. 위 사건의 50대 용의자가 재범이라는 사실, 이웃아저씨라는 사실 및 불과 5개월전에 성추행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문제, 더 나아가 인권침해 등을 이유로 보류됐던 이른바 ‘전자팔찌 법안’이 다시 공론화되기 시작하는 등 성범죄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 도입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거세어 지고 있다. 전자팔찌를 채우고, 집 주소를 공개하고, 문패에 성범죄자라는 걸 새겨서 알리겠다는 등 대책은 다양하다.

   아래에서는 성범죄자 신상공개 논란이 도대체 뭔지 살짝 들여다보고 나서 각국에서 채택되어 있거나 도입이 논의되고 있는 성범죄자 감시방법에 대해 약간의 공간을 할애해 보기로 한다.

청소년대상 성범죄자에 대한 신상공개???
   청소년 대상 성 범죄자 신상공개제도는 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 등 '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이 정한 범죄행위를 범하고 형이 확정된 자에 대하여 청소년보호위원회가 당해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행정행위를 말한다. 신상공개제도는 아직 성숙하지 않은 청소년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는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로, 청소년 대상 성 매수, 강간, 강제추행, 매매춘 알선 등의 성범죄행위의 예방에 목적을 두고 운영되고 있으며, 2000년 7월 '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의 시행에 따라 우리나라에 도입된 제도이다. 청소년위원회는 매년 2회, 즉 반기별로 청소년 대상 성 범죄자에 대한 형 확정자의 관련 자료를 법무부로부터 제출 받아, 심사 당사자의 의견접수, 2차 심사, 행정심판·소송 등 일정한 기간 경과 후 소정의 절차와 엄격한 심사를 거쳐 공개대상자의 성명, 연령, 생년월일, 직업, 주소 및 범죄사실의 요지를 포함한 신상을 계도문과 함께 전국에 걸쳐 게시, 배포한다. 신상이 포함된 계도문은 관보 게재 외에 청소년 보호 위원회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6개월간 게재하고, 정부중앙청사 및 시도의 게시판에 1개월간 게시한다(동법 제20조, 동법시행령 제4조, 제5조 등 참조).

   미국 등 외국에서도 성범죄자에 대한 신상공개를 하고 있다. 그러나 특별히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즉 청소년을 상대로 한 강간, 강제추행, 성매수, 성매수 알선, 음란물 제작범에 대한 신상공개를 하고 있는 국가, 그 중에서도 특히 청소년 성매수범에 대한 신상을 공개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신상공개제도는 너무 앞서나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왜 우리만 유난히 이런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가? 현행법제 하에서의 신상공개에서 더 나아가 성범죄자의 사진을 공개하고 또 일부 나라처럼 집앞에 팻말을 설치하는 등의 신상공개 확대가 과연 타탕하며 받아들일 만 한 법제인가 등이 성범죄자의 인권문제와 관련하여 뜨거운 감자이다.

   위와 같은 신상공개에 찬성하는 의견은 대체로 ① 장차 있을 수 있는 잠정적 청소년 피해자라는 더 큰 영역의 인권 보호, ② 신상 공개 관련 논의의 주체인 청소년들의 의사 고려, ③ `성범죄는 별일 아니다`라는 여전한 사회 인식 전환, ④ 사진 공개는 성범죄의 재발을 막을 수 있게 해준다. ⑤ 성범죄자들조차 이 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사진공개가 성범죄 예방에 효과적이다 등의 논거를 제시한다.

   이와 반대의 의견은 ① 성범죄 신상 공개 범위 확대는 부작용에 대한 진지한 고려가 없는 제도이다, ② 강력한 처벌을 한다고 해서 성범죄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③ 성범죄자들의 인권을 생각해야 한다, ④ 근거 법령도 없고 신상공개의 효과도 의문이며 이중처벌의 우려가 있다 등의 이유를 들어 신상공개의 확대에 반대한다.

   이 부분에 대하여는 특히 청소년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라는 국가기간 사이의 충돌이 존재하는 영역이다. 두 기관이 성범죄 재발 방지와 피의자의 최소한의 인권보호라는 상반된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최영희 청소년위원회 위원장은 "현행 성폭행범의 신상공개 제도는 사진이나 구체적인 주소를 공개하지 않아 지역주민이 성범죄자를 식별하기 어렵고 세부 신상등록 기록 열람 대상에서 일반주민은 제외됐다"며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이같은 성범죄자의 구체적인 신상공개 뿐 아니라 취업제한 등 강력한 조치까지 언급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지난해 3월 청소년위원회(당시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이번 `강력 대응'과 비슷한 수준의 성범죄자 신상공개 방침을 발표하자 곧바로 청소년위원회에 이에 반대하는 내용(주소와 사진 등 자세한 신상공개는 성범죄자의 개인정보를 지나치게 노출해 재사회화를 가로막고 정상적 사회생활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부작용이 있으며 인권을 침해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의 권고장을 낸 바 있는데, 인권위는 21일 "지난해 권고 이후 유사한 사례를 다룬 적도 없고 인권위 공식의견을 내는 채널인 전원위원회에서 이 건을 다시 다루지도 않아서 공식입장을 내놓지는 못한다"며 입장 표명을 일단 유보했다(연합뉴스 2006. 2. 21.자 참조). 현재 성범죄자에 대한 여론이 뜨거운 가운데 이번 청소년위원회의 강경 방침에 인권위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아직 어리고 판단력이 약한 청소년들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청소년위원회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성폭행 등 죄질이 나쁜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들의 얼굴을 공개하겠다고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 부분만큼은 법률가인 필자의 시각으로는 현행 법제도 하에서는 문제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과 동법시행령에 의하면 성범죄자의 성명, 연령 및 생년월일, 직업, 시․군․구까지의 주소와 범죄사실의 요지만을 공개할 수 있도록 되어 있지 얼굴까지 공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얼굴을 공개하기 위해서는 얼굴을 공개할 수 있는 근거법령이 있어야 하는데, 현행 법제도 아래에서는 얼굴을 공개하기 위한 규정이 없다. 따라서 얼굴을 공개하기 위해서는 법령을 개정하여야 한다. 또한 그러한 근거법령이 마련된다 할지라도 모든 것이 일괄해결 되지는 않는다. 얼굴을 공개하는 것은 형사처벌보다도 더 가혹한 처벌이 될 수 있는데 그러한 강력한 제재수단인 얼굴공개를 법원의 판결이 아닌 위원회의 결정만으로 한다는 것은 성범죄자들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할 소지도 있을 뿐 아니라 이미 처벌받은 자에 대한 이중처벌이라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점에서 인권위원회의 고민이 어떠할지 어느 정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범죄자들도 인간이고 국민이기 때문에 기본권보장은 범죄자라 하더라도 예외일 수 없기 때문이다). 성범죄자들이라 하더라도 얼굴이 공개되면 범죄자뿐 아니라 그 가족들의 생활까지도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받을 수 있으므로 법령의 정비와 이에 대한 법적 문제를 확실히 검토한 후에 시행하여야지 막연히 여론에 휩쓸려 깊은 고민을 해보지도 않은 채 급하게 덜컥 시행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외국에서의 성범죄자 처벌 · 관리
   정치권 등 일부에서는 거세수술을 통한 ‘응징’이나 ‘약물주입’ 방안 등 극단적 대안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에서는 어떤 제도들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을 듯 하다.

   우선 미국에서는 대표적인 ‘메건법’이 있다. 그러나 시행 초기 성폭행범 출소 뒤 이주를 할 경우 새로 이사한 마을 주민들에게 방문 통지·우편 통지, 팩스나 컴퓨터를 이용한 전달, 지방 미디어를 통한 보도, 신문 공지란 이용, 전단지 배포, 청소년 성범죄 방지를 위한 관련기관 회의시 전달 등 ‘적극적 공개’ 방법을 놓고 이중처벌 논란이 생기자 동법에서는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성범죄자 명단제공 인터넷사이트 운영, 무료전화 운영, 책자나 시디롬 제공 등의 소극적 공개방법을 택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 텍사스주는 성범죄자 집에 팻말을 세우고 자동차에는 경고 스티커를 붙이기도 한다. 미국 미시시피주는 아동 성폭행범의 얼굴을 도로변 게시판에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한다.

   호주(퀸즐랜드주)는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필요시 적법하고 충분한 이해가 있으면 경찰 명령으로 공개하도록 하고 있고, 영국에서는 미성년자 성범죄자가 경찰에 자신의 거주지를 신고하도록 하고 있으며, 독일은 아동 성폭행 재범자의 유전자(DNA) 정보를 모아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 캐나다에서는 판사가 피해자 신원 노출을 우려해 가해자의 신원 공개를 제한할 때 말고는 성범죄자 언론접근이 비교적 용이하다고 한다.

   이 외에 특별한 장치를 사용하는 등의 경우를 보면, 미국 플로리다주는 11세 이하의 어린이 대상 성폭행범의 경우, 최저 형량을 25년으로 높이고 출소 후에도 전자 팔찌를 차고 다니도록 하는 법률을 통과시켰다고 하고, 어떤 주에서는 거세수술까지 합법화한다거나 어린이 대상 성범죄자에게 출소 직전 거세 약물을 투여하기도 한다고 한다. 미국 콜로라도주는 1998년부터 ‘성범죄자평생감시법’을 시행해 재범 우려가 높은 성범죄자의 성욕을 저하시키는 약을 정기적으로 투여하고 있다고 하며, 프랑스에서는 위치추적시스템(GPS)이 부착된 이동전자팔찌를 최대 6년간 착용(본인 동의 필요)하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나오며
   이상에서 최근 이슈화 되어 있는 성범죄자 문제에 대하여 부족하나마 살펴보았는데, 성폭력 예방과 가해자 인권보호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는 상황이어서 그 논란이 쉽게 꺼질 것 같지는 않다. 특히 전체적으로 성범죄자에 대한 중형론이 힘을 얻는 듯한 분위기에서, 단순히 가해자에게 모두 뒤짚어 씌우기만 하면 문제가 다 해결될지는 의문이다. 이 부분에 대하여 전문가들은 제도개선도 필요하지만 성범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손에 잡힌 피의자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것, 즉 성범죄자를 엄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잠재적 가해자 집단의 의식을 바꾸는 일이 급선무가 아닌가 한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모두가 아파하고 걱정하고 대책을 궁리하는 등의 달구어진 사회적 합의과정을 거침으로써 보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다져간다는 것은 참으로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법무법인 이우
변호사 심영대

[댄스스포츠코리아  2006. 3,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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